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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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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 농정 방향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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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호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 2012년 11월호
김 정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0년대 들어 한국 농업의 성장 정체가 뚜렷하다. 농업총생산액(명목)이 2008년까지 32~35조 원의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가 2009년에 약간 상승하는가 싶더니 3년간 40~41조 원 수준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그 원인을 세계적인 경제 침체의 영향으로만 보기에는 내부 요인이 상당히 심각하다.

 

국내 수요에 의한 성장의 한계 봉착

 

  무엇보다도 염려되는 것은 수요 면에서 국내 식품시장이 거의 포화 상태에 도달해 있다는 점이다. 돌이켜 보면, 1970년대 후반에 쌀 자급을 실현한 이후부터 농업 성장은 국내 소비의 확대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이를 학문적으로는 '소비시장 성장에 의한 생산 유발 효과'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더 이상 소비 수요가 농업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내친 김에 공급 측면을 보면, 한 마디로 고비용과 저활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개방화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물재비는 계속 상승하여 농업교역조건의 악화가 지속되고, 도농 간 소득 격차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이다. 농촌은 이미 2000년부터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 보면 희망적인 요소도 많다. 그 첫 번째가 농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및 영역 확장인데, 현장의 농업인들도 다양한 융복합기술을 응용하여 신상품을 개발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두 번째로 농업과 식품산업이 연계되면서 부가가치가 증가하고 우리 농식품의 세계시장 진출이 늘어나고 있으며, 세 번째는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 의식이 변화하여 주거·휴식공간뿐만 아니라 미래 자원으로서 관심이 높다는 점이다. 오늘날 도농교류 활성화는 한국 농업을 재조명하는 '긍정의 힘'이 되고 있다.

 

성장동력 확충과 농촌경제사회 안정의 병행 전략이 긴요

 

  이러한 징후를 바탕으로 농업·농촌이 미래를 향한 활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향후 5년간(2013~2017)은 성장을 우선하면서 안정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2000년대 들어 실질 농업성장률이 1% 남짓한 실정이므로, 중장기적으로 농업성장률이 2~3%를 유지할 수 있도록 수출농업 육성 등의 적극적인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향후 10년간 연평균 10% 정도의 수출 증대 및 연평균 4% 정도의 생산비 절감을 통해 농업부가가치 성장률을 2%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시산이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중장기 농업·농촌의 비전을 '생산자·소비자 상생의 활력있는 농업·농촌 실현'으로 설정하고, 부문별 정책 목표로서 첫째, 농업인의 경영·소득 안정, 둘째, 소비자 지향의 농식품 관리, 셋째, 농촌사회의 활력 증진, 넷째, 미래 성장동력 확충 등에 대한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난 정부 때부터 발전시켜 온 '맞춤형 농정'이 정착되도록 농가의 유형별 및 농촌지역의 선택적 지원 체계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세부 시책으로, 농업인의 경영·소득 안정을 위해서는 농업부문 시장개방의 신중한 추진, 농업경영 위험관리시스템 정비, 농가소득 안정을 위한 직접지불제 보완, 농산업 후계인력 육성의 강화, 농협중앙회 개편에 따른 농업정책금융 정비, 지역농업과 상생하는 친환경 축산의 확립 등이 필요하다. 소비자 지향의 농식품 관리를 위한 세부 과제로는 식품안보 개념 확립 및 실효성 강화, 국가식품시스템 구축, 농산물도매시장의 경쟁력 제고, 산지유통조직의 규모화 촉진, 다양한 농식품 유통경로의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농촌지역사회의 활력 증진을 위한 세부 과제로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시스템 정비, 농촌 정주체계 재편 및 마을 리모델링 추진, 농촌 일자리 창출과 산업화 지원, 귀농·귀촌 정책의 범정부적 추진, 다문화 시대의 농촌공동체 복원 및 활성화, 차세대를 위한 농촌자원 관리 등이 필요하며, 미래 성장동력의 확충을 위한 세부 과제로는 농산업 연구개발(R&D) 확충 및 추진체계 정비, 수출형 농식품산업의 체계적 육성, 기후변화 대응 및 준비, 지역임업의 체계적 육성, 국제농업협력 및 통일 대비 시책 등이 필요하다.

 

지자체 역량을 강화하면서 '협치 농정'을 발전시켜야

 

  이상의 시책들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정책 수단에 대해서도 시장 기능과 공정한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개편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향에서 정부의 재정투자는 농업?농촌의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하고, 농업인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은 책임성 강화를 위한 융자 방식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농정의 추진체계는 지방자치제 하에서 '협치 농정'을 발전시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역할을 명확히 설정하여 중앙정부는 식량안보, 식품안전성 확보, 농가소득 안정, 시장지향적 제도 정비 등에 치중하고, 지자체는 지역농업 진흥, 농촌지역 개발, 주민복지 등을 담당하는 분담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그리고 농정 거버넌스를 발전시켜야만 중장기적으로 농업인과 관련 단체 등이 정책에 참여하는 '협치 농정'이 정착될 수 있다.

 

  끝으로, 5년 마다 대통령과 정부가 바뀌더라도 농정의 일관성이 보장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농어업·농어촌발전계획에 근거한 중기재정계획의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즉, 농림수산식품부 예산의 약 7~8할을 농어업·농어촌발전계획에 의한 5년 단위 중기재정계획으로 편성하고, 지자체에 대해서도 농어업·농어촌발전계획 수립을 의무화함으로써 정책사업의 계속성이 확보되고 농정의 신뢰성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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