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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물가 인상에 대한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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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상효

매일경제 기고 | 2024년 6월 13일
김 상 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외식물가가 연일 이슈다. 일상 소비 빈도가 잦은 외식 특성상 소비자들의 물가 체감도가 높고 관심도 많기 때문이다. 언론에 종종 보도되는 '2000원 인상'이니 '3000원 인상' 같은 표현이 소비자들에겐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반면 외식업계에서는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소비자와 외식업계 사이, 가계와 생계 사이에서 우리는 외식물가 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먼저 외식물가 수준을 통계적으로 보면 2020년 외식 부문 소비자물가지수를 100으로 했을 때 2024년(4월까지) 물가지수는 120.0으로 연평균 상승률을 따지면 4.7% 수준이다. 작년(117.4)에 비해 올해 4월까지 2.2% 올랐다. 소비자들이 언론에서 접하는 '몇천 원 인상'보다는 낮은 수치다. 외식업체의 가격 인상은 매년 정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수년에 한 차례 경영이 특히 어려울 때 단행되는 경우가 많다. 즉 몇천 원이나 올리는 것은 최소 2년 이상 긴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외식물가 인상 관련 언론 보도만 보고 실제 외식물가 수준을 평가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 자문해봐야 하는 배경이다.


외식업체가 가격을 올리는 이유는 통상 영업이익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관련 통계를 분석해보면 2000년대 중반 2500만원 수준이던 업체당 영업이익이 2021년 1300만원 수준으로 절반가량 떨어졌다. 영업비용 중 비중이 큰 식재료비와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올랐고, 포장용기, 배달·온라인 주문 관련 수수료 등 기존에 없었던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하게 되니 경영이 악화됐다.


경영이 어렵다고 무작정 가격을 올리지도 못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체가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는 이유로 '손님이 줄어 매출에 타격을 입을까봐'라는 응답이 77%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경영이 악화되어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 문을 닫게 될까봐 가격 인상을 주저하는 것이다. 외식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생존의 딜레마에 놓인 외식업체가 가격을 올린다면 비난의 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해의 눈으로 볼 필요도 있다는 뜻이다.


가격을 올려야 할 때 인상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서 '외식업 생존의 법칙'에 따르면 음식점 1곳당 인구수는 일본 170명, 미국 322명, 우리나라 86명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외식산업은 수요 대비 공급이 많은 초경쟁적(super-competitive) 산업 구조다. 외식업 3년 생존율은 30%대 초반에 불과하다. 경영이 어려울 때 적절한 가격 인상 조치가 없다면 폐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폐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외식업 종사자들에겐 생존의 위기가 되며, 소비자들에겐 그동안 누려왔던 외식 서비스의 포기로 이어지게 된다. 사회 전체의 후생 감소가 불가피하다.


외식이 우리 식생활의 절반을 책임지는 시대다. 외식물가 인상으로 인해 우리 모두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하지만 외식업체 경영이 안정적일 때 우리가 오래전부터 누려왔던 다양하고 창의적이면서도 높은 질의 식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외식업계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인식 변화와 배려가 필요한 시기다. 이러한 배려는 미래에도 지속될 환대받고 맛있는 외식 경험에 대한 투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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