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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적 인식 개선됐지만 멀고먼 농촌 양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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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순미

농촌여성신문 기고 | 2024년 6월 5일
이 순 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필요한 정책이 제대로 마련되고 정책의 시행과 그 결과가 목적한 바를 충실히 이루고 있는지를 살펴보려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기본일 것이다. 여성농업인 실태조사는 여성농업인의 노동과 생활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통계로 2003년 처음 실시된 이래 5년마다 조사가 이뤄져왔고 2018년에 4차, 2023년에 5차 조사가 진행됐다. 


지난 5년간의 변화된 여건을 반영하기 위해 차수별 조사항목과 표본추출 방법 등의 일부 변경이 있어 단순 비교를 하면 여성농업인 실태 변화를 왜곡할 위험이 있긴 하지만 공통항목 조사결과의 의미를 비교하면 달라진 실태를 파악하는 단초를 얻을 수는 있다. 


2018년 조사 이후 지난 5년간의 여성농업인 실태 변화는, 사회경제적 지위는 약간 개선됐으나 지역사회 참여와 성별분업과 여성의 노동부담은 개선되지 않았거나 오히려 악화됐고, 여성농업인으로서의 어려움보다 농촌 생활 어려움을 더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영농 여건과 지위 개선을 보여주는 결과로는, 자녀가 농업승계를 했거나 예정인 경우는 7.8%에서 9.8%로 약간 높아졌고, 여성농업인 중 자기 명의로 농지를 소유한 비율도 37.3%에서 53%로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신을 경영주나 공동경영주로 인식하는 비율이 2018년에는 38.4%였으나 2023년 조사에서는 74.1%로 급증한 점이다. 지역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낮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81.1%에서 63.6%로 낮아진 결과도 여성농업인들의 달라진 지위 인식을 보여준다 하겠다. 이와 같은 결과는 2016년에 시작된 공동경영주 제도의 영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이 농사일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비율은 52.5%에서 54%로 높아졌고 주로 담당하는 농작업 종류도 수확, 파종·정식, 수확 후 관리 등 노동집약적인 일이라는 점은 여전하다. 


또한 2018년과 2023년 모두 농업노동은 농번기, 농한기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1시간가량 덜 일하지만 가사와 돌봄노동은 여성이 최소 2시간에서 최대 4시간가량 더 일해 성별분업으로 인해 여성농업인의 총노동시간이 남성농업인보다 과중한 현실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18년, 2023년 두 조사 모두에서 농업노동 부담과 가사와 농사일 병행 어려움이 여성농업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나타났고, 2018년 조사에서는 노동부담 경감이 여성농업인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로 조사됐다. 


반면 2023년에 조사에서는 복지시설과 제도 확대와 농촌 필수서비스 확충이 가장 필요한 과제로 조사돼 정책 요구의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농촌사회 전반의 생활여건 악화를 여성농업인으로서의 어려움보다 더 시급한 문제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역사회 참여의 경우 참여하는 조직이 없는 여성농업인의 비율이 11.2%에서 13.5%로 증가했고, 주로 참여하는 조직 종류가 부녀회와 친목 모임인 것은 여전해 여성농업인의 지역사회 참여가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여성농업인들의 주체적 인식이 강화되는 긍정적 변화도 있지만 농업과 농촌사회의 양성평등이 증진됐다고 할 만한 분명한 증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앞으로 5년 뒤에는 농업·농촌의 양성평등 증진을 확언할 만한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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