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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사막과 농촌 삶의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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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용렬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4년 10월 22일
김 용 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촌은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면 단위 지역에서는 인구 과소화가 심화되며, 농촌 소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다양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식품사막화(food desert)’가 주목받고 있다. 식품사막화란 개념은 1990년대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로, 도시 빈민층이 주변에서 기본적인 식품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했다. 그러나 근래 이 용어는 한국 농촌의 소멸 위기를 경고하는 맥락에서 더욱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농촌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고령자들의 삶의 질 저하가 걱정된다. 현재 농촌의 고령 인구는 25%를 넘어섰으며, 특히 면 지역에서는 3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인구 고령화에 그치지 않는다. 농업 경영자 중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은 50%를 초과했으며, 이는 농업의 생산성과 경제활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고, 이는 다시 서비스 감소로 이어지며, 농촌 주민들의 삶의 질 저하라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농촌의 식품사막화 문제는 단순히 식품 구매의 어려움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사회 문제로 볼 수 있다.


식품사막화는 농촌 주민(특히, 고령자)들이 기본적인 식료품을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는 농촌 지역의 인프라 부족과 인구 감소, 고령화로 인한 서비스 축소가 원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2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농촌 지역에서 기초 생활 서비스가 사라지는 인구 임계점에 도달한 지역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병원은 인구 3205명 이하, 약국과 노래방은 2604명 이하, 식당은 1882명 이하로 인구가 줄어들면 이들 서비스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제과점은 1810명, 목욕탕은 1743명, 이·미용실은 1531명, 주유소는 1109명 이하의 인구를 기록하면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임계점 이하로 인구가 감소한 농촌 지역에서는 일상적인 생활 필수 서비스조차 제공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3만7563곳 행정리 가운데 소매점이 없는 곳이 2만7609곳으로 전체에서 73.5%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는 거의 모든 농촌에서 식품을 포함한 다른 상품들조차도 마을에서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이는 고령화된 주민들에게는 더 큰 부담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농촌의 식품사막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이는 농촌 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2004년에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2005년부터 삶의 질 향상 정책을 펼쳐왔다. 이 정책은 농촌 지역 주민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고, 농촌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2023년에는 ‘농촌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올해부터 농촌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지역 경제 및 사회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하고 있다. 이 법은 특히 농촌의 서비스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농촌 공동체를 재생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노력으로 물리적 인프라는 상당히 개선됐다. 예를 들어, 농촌의 상수도 보급률은 82.8%, 하수도 보급률은 76.6%, 도로포장률은 99.8%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하드웨어적 인프라 개선에도 불구하고,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사회적, 복지적, 문화적, 교육적 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인구 과소화와 고령화로 인해 서비스 수요가 줄어들면서 발생한 문제로, 단순히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현재 농촌의 식품사막화 문제는 단지 식품 구매의 어려움을 넘어서는, 복합적이고 심각한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농촌 주민들은 필수 생활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며, 이는 전반적인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인프라 개선뿐만 아니라, 농촌 주민의 필요를 반영한 사회적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식품사막화 문제가 부각되면서, 농촌 지역 서비스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돼야 한다. 이는 인구나 수요 시장의 크기, 재정 효율성 중심의 사고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소외된 국민과 지역이 없도록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이기 때문이다.


식품사막화와 같은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접근과 지역사회의 협력이 이뤄진다면,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은 앞으로 10년 후 대한민국이 직면할 다양한 사회 문제를 사전에 대비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농촌의 식품사막화를 막고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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